파파라치님의 이글루



2010/01/30 12:33

도미니카 대사 발언 논쟁 세상보기


진보나 보수나 거기서 거기라고 하면 쿨게이로 까이기 알맞은 세상이지만 그래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쿨게이가 진보와 보수를 모두 비판하는 것은, 사실 그들 주장의 대부분이 지극히 표피적인 현상에 대한 선동적인 비난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까는 대상이 다르다고 해서 그들의 행태가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상, 비판은 당연히 양자 모두에게 가해져야 한다.

이번 도미니카 대사 발언 논쟁만 해도 그렇다. 어느 정도만 사회 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아니 아직 사회의 쓴맛을 보지 못했더라도 평소 조중동의 행태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질 정도의 머리가 있는 사람이라면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어떤 행태를 보이는지 어느 정도 짐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기자란 정치인, 검사, 교수와 함께 가장 하는 짓이 더러운 4대 막장으로 꼽힌다. 물론 그런 행태에는 어느 정도 이유가 있고 그래서 용인해 줄 구석도 있다. 예를 들어 정치인이라면 입장에 따라 말을 바꾸어야 하고, 검사는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볼 필요가 있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회 현상은 원인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그거 하나하나 다 고려해 주다가는 기사 못 쓴다. 아무리 반대의 논거가 있더라도 어느 정도는 단순화해 선정적으로 제목을 뽑아야 일단 읽히게 되는 법이다. 기자들 내부의 군대식 규율과 특종에 대한 광적인 집착, 취재원에 대한 후안무치한 태도 등은 어느 직업에나 있기 마련인 특유의 문화라고 볼 수도 있다면 너무 너그러운 해석이겠지만, 하옇튼 이해해 줄 구석이 눈꼽만큼은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일반 국민의 태도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정말 단순한 일부를 제외하고) 국회의원이 무슨 말을 하면 일단 그 배경을 의심부터 하고 본다. 그런데 기자가 무슨 말을 하면 액면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그래도 정치관련 보도는 보도 기관이 조중동/오한경 또는 MBC냐에 따라서 의심하고 보는 편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처럼 非정치적이라고 생각되는(사실 좌파에게 비정치적인 영역이 있겠냐만은) 사건에서는 기자의 보도를 별 비판없이 받아들인다. 기자들의 개인적인 불쾌감이나 권위의식, 일단 까고 보는 보도 태도, 현지 상황에 대한 몰이해 등이 겹쳐서 나온 보도라고는 별로 생각 안한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건을 까는건 쉽다. 문제는 그런 식의 까기는 어느 진영의 누구에 대해서라도 아주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상대편을 까면 정당한 비판,  우리편을 까면 불순한 의도에서 나온 흠집내기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사건의 핵심으로 파고들어 문제 제기를 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느냐이다. Fact에 대한 명확한 규명은 사실 그 전제조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분석은 정신적인 에너지를 꽤나 소모하는 일이다. 철수와 영희가 싸우는데 과연 싸움의 원인이 무엇이고 경과는 어떠하며 어떻게 말려야 하는지(혹은 과연 말려야 하는지)에 대해 하나하나 따지고 드는 일은 꽤나 피곤하다. 그보다는 철수가 영희의 머리끄댕이를 잡아당긴 사실 하나를 갖고 철수를 매장시키는게 훨씬 편하기도 하고 아드레날린 분비를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언제나 깊이있는 분석보다는 표면적인 선동이 인기를 끈다.

꽤 지난 얘기지만, 용산 참사 때도 소수지만 과연 재개발에 관련된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법적, 경제적 관점에서 깊이있게 파고든 분들이 몇 분 있었다. 그런 분중에는 진보적인 입장에 있는 분도,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에 있는 분도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분들은 진지하고 차분했다는 거다. 그런데 이런 식의 논의 자체를 못 참는 사람들이 상당수라는 거다. 일단 사람이 죽었으니 분노하고 이 정권의 폭력성에 대해서 비판해야지, 한가하게 권리금의 법적 성격이나 따지고 있느냐는 식이다.

용산 참사야 워낙 사건 자체가 충격적인 일이었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하지만 이번 사건은 뭔가. 아이티의 지진 참상이야 끔찍하지만 도미니카가 끔찍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TV에 나온 화면은 충격적인 것이 아니라 선정적인 것이고, 그걸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일이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일까. 아니, 미디어 세대의 속성상 보도를 보았을 당시에는 앞뒤 안가리고 흥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차분히 분석해 보자는 글에까지 흥분하고 본질드립을 늘어놓는 행동은 또 뭐란 말인가.

무엇이든 드러난 사건 한두 가지로 사람 병신만들기는 아주 쉽다. 우리는 그 예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행태에서 생생히 체험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사실은 비슷한 행태를 진보건 보수건 똑같이, 그것도 아주 상습적으로 저지르고 있으면서도 여기에 대해서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거다. 도미니카 대사의 발언 한두 마디를 편집한 보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흥분하는 것은 그 드러난 일단에 지나지 않는다.

단순화된 진영 논리가 아니라 자신만의 시각에 의해 사건을 바라보자는 것이 쿨게이라면, 나는 기꺼이 모든 사람에게 쿨게이가 되자고 말하고 싶다. 적어도, 몇몇 팩트에 흥분한 자신들의 진정성(?)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수꼴(혹은 좌빨)로 몰아붙이는 짓만은 안했으면 좋겠다.

덧글

  • 피그말리온 2010/01/30 13:40 #

    일단 나는 누구편이고 누가 나쁜놈이냐부터 감정적으로 따지고 보는거 같다는 생각입니다.
  • 파파라치 2010/01/31 12:06 #

    그 이상은 생각하기도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 파─르─마─콘 2010/01/30 14:07 #

    저놈이 마음껏 똥을싸고뭉개서 열받는다고 똑같이 하면 그냥 더러운놈 이콜이 되죠.
  • 파파라치 2010/01/31 12:06 #

    개인이라면 모르겠지만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집단이 그러면 곤란하죠.
  • 만슈타인 2010/01/30 19:31 #

    논쟁이 좀 과열되는 기미도 보이지만, 이건 진짜 MBC에게 쉴드쳐주니 오덕페이트 쉴드 쳐줄껍니다.
  • 파파라치 2010/01/31 12:07 #

    ^^;;
  • 음울한어둠 2010/01/31 00:34 #

    TV방송이란게 눈에 뻔히 보이고, 자기 눈으로 본 것은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기 쉬우니 저도 TV방송부터 봤다면 화가 나서 먼저 도미니카 대사관을 욕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방송이란게 영향력이 크고 많은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해주는 매체이므로 이번 일을 계기로 중립적인 입장에서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 방송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떤 사건에는 항상 이면이 있고, 단지 내가 보고 느낀 것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이번 일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네요 ^^;
  • 파파라치 2010/01/31 12:12 #

    네. 방송도 고유의 조직논리에 의해 움직인다는 걸 염두에 둔다면 보여주는 대로만 믿지는 않게 되겠지요.
  • 북극곰짱 2010/01/31 09:47 #

    pd 수첩처럼 한번 뜨고 싶었던 거죠, 그리고 대단한 지위에 있는 것처럼 교만과 아집으로 있었을 것입니다. 요즘 해외 공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알기를 우습게 알죠. 교포나 관광객이나.옛날이나 지금이나 해외 공관에 계신분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그곳의 사정에 더 한층 앞에 나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신독이라는 말이 생각이 납니다. 혼자 있을때에도 더욱 신중하라는.
  • 파파라치 2010/01/31 12:13 #

    공복이라는 단어가 그러니까 아무렇게나 까도 된다는 의미는 아닐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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