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라치님의 이글루



2013/04/04 15:00

민중과 신의 공통점 (혹은 그 신도들의 공통점) 세상보기

민중은 좌절했지만 노래를 멈추지 않는다



1. 실재를 인식하려면 먼저 그 존재를 믿어야 한다.

2. 정의할 수 없으므로 반증할 수도 없다.

3. 굳이 "그"의 존재를 끌어들이지 않고도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지만, 훨씬 설명이 간단해지는 장점이 있다. 

4. 심지어 인간의 지식이 아직 설명하지 못하는 것도 "그"라는 블랙박스를 설정함으로써 설명할 수 있다.

5. 역사의 주체이자 근원이다.

6.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

7.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모순으로 가득찬 것은 그 뜻을 거역하는 악의 세력과, 그의 뜻을 받들어 모시지 못한 자들 때문이다.

8. 원칙적으로 누구나 그의 사제(priest)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의 뜻을 보다 잘 해석한다고 주장하는 "진정한" 사제가 항상 존재한다.

9. 무엇이 진정한 "그의 뜻"인지를 둘러싸고 논쟁이 끊이지 않는다. 

10. 하지만 무엇이 진정한 "그의 뜻"인지를 "그"에게 직접 물어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11. 신학적 논쟁의 뒤편에는 지저분한 권력 싸움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12. 때로는 "그의 뜻"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더 큰 분쟁의 원인이 된다. 다시말해, "그의 뜻"을 다르게 해석하는 무리는 아예 그를 믿지 않는 자보다 더 나쁘다. 물론 후자가 나쁘지 않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13. 불신자와 이단자는 종교 재판의 대상이 된다.

14. 그의 신도들은 항상 평화를 이야기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뜻을 실현하기 위해 유혈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15. 신도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나라는 아직 오지 않았다. 불신자가 보기에는 차라리 다행이다...



덧글

  • mosaan 2013/04/04 16:43 #

    저는 1차세계대전의 학살극과 러시아 내전의 학살극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고 믿는 '신자'이지만, 이 글에서 풍기는 냉소는 정말 마음에 듭니다...ㅋ....모든 것을 긍정하자면, 인간의 어떤 노력도 허망하지 않습니다. 노력한 자들이 원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요. 머리를 꽉 막고 있는 멍청함도 신자들의 꽉 막힌 머리에 대한 냉소만큼이나 가치가 있는 법이지요.ㅋㅋ
  • 파파라치 2013/04/05 00:12 #

    개인의 차원이라면 노력 자체를 긍정해 줄 수도 있지만, 사회적 차원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적어도 나치 당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에는 눈꼽만큼의 점수도 줄 수 없으며, 맑스적 유토피아를 현실에 실현하겠다고 하는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천만의 인명을 희생시키고 얻은 역사적 교훈을 무시하는 것은 제가 보기에 범죄입니다.
  • 零丁洋 2013/04/04 21:34 #

    신이고 신도이군요? 자기가 자기를 지향한다? 도착증? 옳은 비유?

    혹시 부정은 신성모독?

    똑 혹시 그게 진짜 신이 아닐까요?

    그래도 이런 것을 빌미로 막장 파쇼를 두둔하는 논리가 만들어지지는 것은 아니겠죠?
  • 백범 2013/04/04 21:29 #

    바로 그 민중, 대중, 전체가 옳다는 생각이 바로 막장파쇼 논리 아닌가???
  • cryingkid 2013/04/05 00:17 #

    대중무오류설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적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 武究天尊 2013/04/05 13:10 #

    재치있는 정리로군요. 더 나은 삶을 약속하지만 근거없는 도덕적 우월감으로 정신을 지배하려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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